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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겸재정선미술관 전시

2024 제15회 겸재 내일의 작가 공모 전시

  • 전시일시2024. 08. 02.(금)~09. 01.(일) 10-18
  • 관 람 료 1,000원
  • 전시안내제1기획전시실
  • 전시문의02-2659-2206-7

상세설명




■ 전시개요


○ 전 시 명 : 2024 제15회 겸재 내일의 작가 공모 전시 

○ 기     간 : 2024. 8. 2. (금) - 9. 1. (일) 31일간

○ 시  상 식 : 2024. 8. 2. (금) 14:00

○ 참여 작가 : 8명(김송리, 안진영, 이유지, 김지연, 이유진, 정진민, 서준, 정다겸)

○ 장     소 : 겸재정선미술관 제1기획전시실

○ 주최‧주관 : 서울강서문화원 ‧ 겸재정선미술관

○ 후    원 : 서울특별시 강서구, 강서구의회



■ 수상작


□ 김송리 (대상)




김송리, <A Place Of Sublimity>, 2018, 캔버스에 유화, 130.3×162.2cm


  내 작업의 시작은 인간의 부재다. 사고로 인해 인간존재가 한낱 물질 덩어리로 해체되는 순간을 목격하였고, 주변인들의 사고사를 여러 번 겪은 뒤 나만의 방식으로 그들을 추모하고 위로하게 되었다. 그 사람들의 영혼이 있다면 그것들이 존재할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을 설정하려 하였고, 그 공간은 곧 숭고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이후 초기 작품의 주제인 ‘부재’와 ‘죽음 그 너머’는 곧 현시 불가능한 것 그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현시 불가능한 것’이 숭고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으며, 재현할 수 없는 그 너머의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숭고가 가진 특성을 이용하여 작품 안에 배치하였다.


  특히 ‘대자연’은 숭고를 불러일으키는 대상으로 판단 내릴 수 있는 대표적인 이미지였기에 연작은 흰 캔버스 위에 자연을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 후 색을 덮어올리는 과정(Layering)을 진행하는데, 여기서 나는 색이 올라간 뒤 모호하게 드러나는 자연의 이미지에 주목하게 된다. 작품 안에 보일 듯 말 듯 하게 비추어지는 이미지들은 관객에게 시각적인 불편함과 좌절을 경험하게 하고, 이는 숭고의 부정적인 특성과 관련이 있다. 또한 작품을 관람할 때, 멀리서 보면 파란색 화면일 뿐이지만 거리가 가까워지는 순간 모호하게 드러나는 자연의 이미지들을 발견하기를 의도하였다.


  기존 작품에서 보여지는 색을 덮어올리는 과정(Layering)은 신작에서도 진행된다. ‘레이어링’은 얇은 레이어를 수없이 반복하여 올리는 과정인데, 이는 캔버스 내 공간을 현시 불가능한 무언가로 만들고자 하는 막이며 몰입행위로 이행하는 과정이다. 현존하는 이야기는 레이어링을 통해 ‘그 너머’의 이야기가 되고 현재이던 것들은 현실이 아니게 된다. 이렇게 수없이 덮어 올림을 통해 기존 이미지가 가진 구조 관계를 해체하고, 마침내 새로운 공간이 탄생하게 된다.



□ 안진영 (최우수상)



안진영, <어둠이 양보한 거 일 수도>, 2023, 장지에 중성 잉크와 먹물과 동양화 물감, 130.0×97.0cm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표현한 행동은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다. 눈을 감고 힘껏 울었고, 눈을 떠 보니 밝음과 눈이 따스하게 닿았다. 이유 모를 따뜻한 감촉에게 ‘다정함’이란 단어를 배웠고, 다정함의 행동은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시작되었다. 사랑은 눈물로부터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마음은 나 자신뿐만 아니라 그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마음은 어떤 마음보다 강력하다. 초능력적인 힘을 발휘하기도 하고, 희생할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낸다.


  ‘누군가를 위해 어둠이 되어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작업은 시작되었다. 캄캄한 밤에 불꽃놀이가 시작되고 나의 시선은 묵묵하게 노를 젓고 있는 어둠으로 이동했다.

_따뜻한 검정

  도도해 보일 것만 같은 검정은 굉장히 소심하다. 누군가의 발을 밟을까 조심하며 넓고 깊은 마음을 가졌다. 기다려 주는 것에 익숙하고, 함께 걸어가고 있는 상대를 위해 기꺼이 발걸음을 맞춰주기도 한다. 곁에 있는 사람의 숨소리를 듣고 호흡을 맞추며 발걸음을 맞춰준다. 우리에게 검정은 사라지는 것이 아닌, 존재를 위한 묵묵한 울림이다. 검정에게도 감정이 있다.



□ 이유지 (우수상)




이유지, <습지에 피어난 자아 : 심연의 꽃>, 2023, 캔버스에 유화, 100.0×70.3cm


  인간에게는 보호의 상실과 지탱해주는 대상의 결여에 의한 때 이르고 지속되는 강렬한 불안과 근원적인 것으로 특징지어진 무력 상태가 주어진다.

(피부자아, p.165 발췌.)


  무언가를 잃어버린 감정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하여 꿈을 꾸게 되었다. 사랑하는 이를 상실하는 경험들은 꿈 속에서 생각하는 몽상가가 되어 상상 속 풍경에 빠져 새로운 세계를 가져다준다고 생각했다. 나를 감싸주는 신체와 정신적 사고를 버팀목인 보호막은 나의 기억의 산물이자 치유의 껍질이 되어 태어난다. 상실의 연속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애도를 할 수 있는지.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예술가는 무엇으로 염원할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곳은 몽상가의 파라다이스. 작가는 누구나 감추고 싶은 내면의 생채기와 짓무른 상처들과 같은 인간관계의 이별, 잃어버린 신념을 되찾기 위해 허물을 지키기 위한 보호와 염원을 담은 쉼터를 만들게 되었다. 마음을 쏟은 안정감의 원천인 대상과의 관계로 인한 분리감을 경험할 때. 일상의 크고 작은 잃음을 통해 공허함이 느껴질 때. 우리는 물리적, 정신적 상실감에 매몰되고, 때론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어지며, 상상하거나 말한 대로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고 원한다. 나는 심리적 상실감에 대안적인 방안을 샤먼의식처럼 미술로서 은유하고 수집된 드로잉과 꿈의 연상 이미지들을 조합해 비현실적 세계인 백일몽 같은 회화의 늪을 만들어 내었다. 회화의 늪. 몽상가가 만들어 낸 파라다이스는 캔버스라는 거름망을 통해 일상을 회복하게 만드는 염원의 성물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누에와 같은 보호막인 엉켜진 실들은 유년기에 상처를 꿰매는 실이라는 치유의 경험에서 왔다. 중첩된 붓질과 겹친 실들은 쌓여진 기억의 보관이자 몰입의 과정을 나타낸다. 이는 불안의 방어기제들로 무의식의 환영의 공간에 해소의 상징물로 등장한다. 정신분석가 디디에 앙지외(DidierAnzieu)의 ‘심리적 싸개’를 인용하여 피부처럼 감싸는 자아 내면의 보호막을 의도했다. 잠시나마 감정의 덩어리들을 물가에 잠시 흘려보내고 내면이 지친 자들을 위한 염원의 쉼터를 나타낸다. 상실과 좌절의 연속에서 보호막이 단단해질수록 회복의 탄력성은 커지고 또 다른 내일을 출발할 수 있다. 나에게 만들어진 상상 속 자연과 예술은 격리된 어두운 세상에서 한 줄기 빛 같은 존재이며 삶이다. 별빛이 쏟아지고 햇살에 물결이 반짝이듯 언젠가는 삶도 따뜻해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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